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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연주자들'

안국환 2009. 5. 26. 18:57

[본문스크랩]  [클래식ABC] 직장 든든하겠다 이름도 날리겠다… '행복한 연주자들'   2008/11/27 12:25
김성현 기자


▲ 베를린 필의 플루트 수석이며 독주자로도 활동하는 에마뉘엘 파위. /EMI 제공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독주자로도 정상급 실력을 과시하는 '단원 스타'들이 있습니다. 최근 내한 공연을 마친 '오케스트라의 레알 마드리드' 베를린 필하모닉에는 이런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합니다. 플루트 수석인 에마뉘엘 파위(Pahud)는 불과 22세 때인 1992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시절, 베를린 필에 합류했습니다. 1992년 제네바 콩쿠르 때는 12개 특별상 가운데 무려 8개 분야를 석권했으며, 실력 못지 않게 곱상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준수한 외모로도 지금껏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베를린 필 수석 자리를 10여 년째 지키면서 비발디·하이든·모차르트의 주요 플루트 협주곡부터 실내악과 소나타까지 활발하게 녹음(EMI)하고 협연하고 있는 독주자이기도 합니다. 마흔이 가까워 오면서 조금씩 이마가 넓어져 많은 여성 팬들의 안타까움도 사고 있는 '귀공자형' 플루티스트입니다. 베를린 필에서 파위의 바로 오른쪽 곁에서 앙상블을 맞추고 있는 목관 연주자가 당대 최고의 오보이스트로 꼽히는 알브레히트 마이어(Mayer)입니다.

연주자의 호흡이 악기에 섞여 들어가 신비한 음색을 내는 것이 플루트의 묘미라면, 실이 끝없이 풀려 나오듯 가느다란 리드(reed)에 따라 소리의 끈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오보에의 매력이지요. 파위와 같은 해인 1992년 베를린 필에 입단해서 16년째 호흡을 맞추면서, 최근 음반사 데카(Decca)를 통해 비발디·알비노니 등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을 담은 〈베니스에서(In Venice)〉라는 독집 음반도 발표했습니다.

단원 출신의 스타들은 카라얀 시절 베를린 필의 플루트 수석이었던 제임스 골웨이(Galway)와 클라리넷 수석 칼 라이스터(Leister) 등 연원이 깊은 편입니다. 금관이나 타악기는 독주자로만 활동하기엔 레퍼토리가 그리 넓지 않고, 현악 주자들은 이미 전업(專業) 솔리스트들의 경쟁이 치열하기에 목관 주자 중에 유난히 '단원 스타'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베를린 필 플루트 수석 파위는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 멤버로 오래 활동하다 보면 쉽게 좌절하거나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독주와 실내악 협연을 통해 계속 도전하면서 음악적 균형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로 신보를 내놓기도 했지요.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에도, 올해 100세를 맞은 작곡가 엘리엇 카터(Carter)의 현대 음악을 연주할 때에도 내 악기는 언제나 하나"라는 이 '팔색조(八色鳥)' 플루티스트는 음악가 이전에 직장인으로서도 무척 부럽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