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씨.
설을 며칠 앞둔 대목의 서문시장 풍경이 보고 싶어 집을 나섰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대신동 양말시장을 들어서니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 양쪽에는 산더미처럼 양말들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양말이 전국으로 공급되던 8,90년대가 황금기였다고 한다.
그래도 이곳 양말시장은 조금 한산하기는 해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문시장 입구에서 모처럼 나왔으니 청라 언덕을 가보자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방향을 바꾸어 육교를 건너 동산병원을 통해서 청라언덕을 찾았다.
청라언덕!
학생시절에 학교에서 배워 즐겨 부르던
「동무생각」의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이 바로 이곳이다.
지금은 대구 근대路 골목길 투어 코스로 지정되어 개발되고 다듬어졌다.
전에도 몇 번 이 길을 찾은적이 있었고
몇 년 전에는 이곳에서 박태준 기념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나는 그때의 음악회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대구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박태준선생을 기념하는 `박태준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취지로
개최한 음악회는 늦은 가을 날 오후 3시에
바로 여기 청라 언덕에 꾸민 무대에서 열렸는데
어린이합창단이 최순애 시, 박태준 곡 “오빠 생각”의 마지막 부분
나뭇잎- 만 우-수수
떨-어 집니다
를 노래할 때 무대 바로 뒤에 서있는 큰 아카시아 나무가지에 달려있던 잎사귀가 떨어져
때마침 불어오는 미풍에 하늘하늘 춤추며 무대 위 합창단원 머리에 사뿐히 내려앉아
절묘한 자연의 연출에 열광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길을 걷노라면 문화해설사를 앞세운 여러 관광단체를 만날 수 있다.
오늘도 그랬다. 외국인도 있었다.
지금은 노래 가사에 나오는 푸른 담쟁이(靑蘿)는 간곳 없고
언덕으로 오르는 좁은 골목길 옆에는
빨간 열매가 달린 남천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서양 음악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위대한 작곡가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 「가을 밤」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담긴
「동무생각」의 멜로디가
불어오는 미풍에 허공을 스치며
떨어지는 낙엽처럼
저 멀리서
은은히 들려 오는듯 하다.
사 우(思友)
이은상 시 박태준 곡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제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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