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스크랩] [Why] 같은 곡도 지휘자 따라 다르게 들릴까? 2008/06/30 08:16 |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hanno21@hanmail.net 입력 : 2008.06.06 14:36 / 수정 : 2008.06.07 10:36 김성현: 혼다가 만든 그 로봇 말인가요? 정: 예.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의 삽입곡인 〈임파서블 드림(The Impossible Dream)〉을 지휘했다고 하죠. 지휘 동작은 나무랄 데 없이 유연했지만, 실은 이 악단의 교육 책임자인 찰스 버크의 동작을 6개월 전에 녹화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로봇 지휘자가 단원들의 반응까지 일일이 챙기는 시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거죠. 김: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스포츠 감독은 경기 중간 선수교체도 하고 작전 타임이라도 부를 수 있는데 지휘자가 연주를 멈출 수는 없잖아요? 정: 흔히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말처럼 그리 쉬운 건 아니에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작품 〈죽음과 변용〉을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로 들은 뒤 "평생 내가 들었던 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연주였다. 때때로 내가 작곡한 대로 연주하지 않았지만 그 편이 더 좋았다"고 말했어요. 반면 라벨은 지휘자나 연주자들이 자신의 뜻을 왜곡하는 것을 참지 못해 "제발 해석하려 들지 말고 연주만 하라"고 말했죠. 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작곡가의 깊은 뜻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군요.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 가운데 하나도 '정말로 지휘자에 따라 연주가 다르게 들리느냐'는 겁니다. 정: 20세기 초반 지휘계에 양대 산맥이 있었어요. 독일의 명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토스카니니죠. 토스카니니가 악보에 적힌 것에 충실한 연주를 강조해서 '객관주의자'라고 불렸다면, 푸르트벵글러는 악보의 행간을 읽어내는 데 지휘자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악절(樂節) 내에도 템포가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김: 들어보면 당장 둘은 확실히 구분이 되겠군요. 정: 그런가 하면, 뮌헨 필하모닉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지휘자 첼리비다케는 다른 지휘자들보다 연주 시간이 통상 1.5배 길었어요. 김: '느림의 미학'을 대표하는 음악가군요. 정: '졸림의 미학'이 될 수도 있겠죠. 토스카니니는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지만, 구(舊)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정작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자신의 교향곡 7번을 들은 뒤 '형편없고 흐리멍덩하고 진부한 연주'라고 비판했죠. 김: 정말 허탈했겠군요. 한 세기를 대표했던 지휘자조차 작곡가에게 퇴짜를 맞았는데, 청중들이 그 해석을 받아들이는데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네요. 정: 직업적으로 지휘를 한 전문 지휘자의 첫 세대로 한스 폰 뷜로(1830~1894)를 꼽습니다. 브람스보다 3년 먼저 태어나 3년 먼저 타계한 뷜로는 브람스의 절친한 친구였고 브람스와 바그너의 주요 작품을 여럿 초연했습니다. 당시에는 살아있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었다면, 언젠가부터 과거의 음악을 재생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는 감도 없지 않아요. 정: 결국 아시모에게 내줄 수 없는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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