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렙 - 음악

시카고 심포니 악장의 '한국 인연'

안국환 2009. 5. 26. 19:42

[본문스크랩]  시카고 심포니 악장의 '한국 인연'   2008/08/03 13:59 0

매년 일 때문에 100~150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는 교회의 종소리나 경기 시작을 알리는 경기장의 벨처럼 들립니다. 공연장은 언제나 일터이자 놀이터요, 성당이자 도서관입니다. 일 때문에 찾지만 그 속에서 웃고 웁니다. 신경림 시인의 '농무'처럼 제 아무리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더라도 그 곳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그 삶을 잊으려 합니다.

 

어제 저녁 아시아 필하모닉의 콘서트도 그랬습니다. 공연장 가기 전에는 고달픔이나 답답함이 없지 않았지만, 공연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모두 잊고 히죽 웃으려 애썼습니다. 음악이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무언가일 수 없고 음악이 우리 삶의 구원이 되지는 않지만, 세상사 답답하고 고달플 때 음악이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끝나고 좋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실은 넉 잔)씩 할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음악가의 삶 속에 담겨있는 작은 인연으로 기사를 풀어보고 싶었는데, 실은 지나치게 한국이라는 틀에 가둬놓으려 했던 건 아닌지 반성도 듭니다. 오늘의 반성은 내일의 다짐으로 넘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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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정상 교향악단의 하나인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 로버트 첸(Chen·40·)이 24일 정명훈이 이끄는 아시아 필하모닉에서 악장으로 연주하기 위해 내한했다. '악장'은 스포츠팀 주장격. 대만계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미국에서 첫 여름 캠프 스승도, 첫 지휘자도, 첫 협연 동료도 모두 한국 음악인이었다.

"13세 때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여름 음악 캠프에 처음으로 참가했어요. 저로서는 집을 떠나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전문 연주자와 함께 음악을 연주해보는 것도 처음이었지요. 당시 선생님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였어요." 그는 "당시 정 선생님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열정적인 모습은 언제나 영감과 자극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지휘자 역시 한국 음악가였다. "당시 여름 캠프에서 독주자로 뽑혀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협연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지휘봉을 잡은 분이 바로 정명훈씨였죠." 당시 로버트 첸과 함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했던 동료도 현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인 장중진씨다.
 
지난 1999년부터 올해로 10년째 시카고 심포니 악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첸은 정명훈이 객원 지휘를 위해 이 악단을 찾을 때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등을 함께 연주하며 지금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그는 7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10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로버트 첸은 그 뒤 줄리아드에서 예비 학교부터 석·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음악인들이 미국과 유럽의 무대와 교향악단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뒤편에는 언제나 부모님의 열성이 있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9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아시아 필하모닉(지휘 정명훈) 콘서트에서 악장으로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