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 온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던 날, 나는 그날 저녁 우리 한반도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우리 강산에 활화산처럼 타 오르고 북한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힘찬 함성이 지축을 뒤흔들줄 알았다. 서울 광장은 끝도 없는 유모차의 행렬로 이어지고 현수막과 프랑카드의 물결이 한강물처럼 흘러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날, 2010년 5월 20일 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전시도 아닌 평시에, 공해도 아닌 우리의 영해에서 천안함을 침몰시킨 범인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움직일 수 없는 물증까지 제시하며 밝혔는데도 소위 국가의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은 진실을 기피하고 엉뚱한 자기주장을 펼치며 국론 분열을 획책하고 있는 점이다. 천안함 46인의 영정 앞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헌화하고 참배했는가?
무슨 일만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로 뛰쳐나와 함성을 지르며 온 하늘을 깃발로 뒤덮던 수많은 자칭 국민단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걸핏하면 국민을 들먹이며 붉은 머리띠 두르고 대로를 활보하던 그 애국지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정작 뛰쳐나와 함성을 높여 외치고 규탄해야 할 국가의 존망에 관한 일이 벌어진 시점에서는 두더지처럼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침묵하는 그대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들인가?
이번 천안함 폭파사건은 분명히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이며 유엔헌장과 정전협정, 남북기본 합의서를 위반한 행위다. 나는 이번 천암함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추진되고 진행되어 오던 모든 남북간에 있었던 현상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하고 새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리 둥둥 걷고 지금까지 건너 온 강이 아까워 계속 나아가면 결국 깊은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일어서 북한을 규탄하는 함성을 높여야하고 밤마다 전국토를 촛불로 밝혀 일치단결 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가가 존립해야 진보와 보수가 있고 야당과 여당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국가가 무엇인가? 국가가 성립되는 3대 요소는 국토, 국민, 주권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이 3대 요소가 모두 위협받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영해를 그것도 밤을 이용하여 도둑 고양이처럼 몰래 들어왔으니 국토침략 행위이고, 어뢰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순시하는 천안함을 폭파 · 침몰시켰으니 이것은 명백히 우리 주권을 침탈한 것이며, 이로 인해 46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갔고 전 국민을 통곡과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으니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멸살하는 행위가 아닌가? 이렇게 국가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는데도 당리당략, 네편 내편, 진보와 보수를 따지며 탁상공론으로 지셀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자, 우리 모두 일어서자.
‘붉은 악마’는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다시 한번 일치단결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을 붉은 셔츠로 물들이고, 장롱 깊숙이 묻어 두었던 아기 돌 반지까지 들고 나오던 IMF때의 저력을 보일 때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로 우리 강산을 활화산처럼 태우고 북한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힘찬 함성으로 지축을 뒤흔들자.
아, 천안함 순국 46인의 영령들이여!
대한민국이여! (2010.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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