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生
누가
夕陽의 노을이 곱다고 했나
처절한 아픔을 吐해내는
지는 해의 마지막 몸부림을
어느 詩人이 아름답다고 했나.
歲月을 외곬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傷處 난 발자취는 장미로 피어나고
苦痛은 찬란한 빛깔로 彩色된다고
어느 누가 말했나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은 단지 바람에 흔들리는
가냘픈 풀잎의 몸짓인 것을
스쳐 가는 바람에 힘없이 떨어지는
한 잎 낙엽인 것을.
(1999. 7. 12)
蘭 草
오랜 時間, 어둠 속에서
그 香 피워 내려고
긴 시간 너는 얼마나 기다렸는가
잎줄기 길게 목 늘이며
긴 歲月 잎사귀 속에 숨어
이슬 머금으며
밤하늘의 별만 세던 그 긴 세월
홀연히 꽃대 곧게 세워
고혹스런 몸짓과
은은한 香氣로 다가온다
오랜 시간, 어둠 속에서
그 香 찾아내려고
나는 또 얼마나 기다렸는가
(1999. 7. 13)
흔들리며 피는 꽂 (도종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겨울 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千年 白雪이 되고 싶다.
(글 : 문정희)
당 신
당신 앞에 서면
할 말을 잃어요
당신 곁에 서면
고개를 떨구어요
당신 뒤에 서면
가슴이 떨려요
당신 품에 안기면
겨우 숨만 쉬어요
당신 등에 엎히면
눈물을 닦고 잠이 들어요
(이충기 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