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理由
내가 이 世上을
살아가는 것은
낯선 찻집 窓가에서
피어오르는 커피 향처럼
따뜻하게 미소짓는
당신의 얼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긴 겨울 눈 바람 속에서도
실개천 얇은 얼음장 밑으로
소리내어 물이 흐르는 것은
기다림의 저 쪽 끝자락에
환하게 微笑지으며 다가오는
알기 때문입니다.
(’99.2.5)
사 랑
사랑은 이렇게
가슴 속 깊은 곳부터
천천히
고통으로 응어리져 오는 것인가
사랑은 이렇게
아스라이
먼 곳에서부터
외로워져 오는 것인가
水彩畵처럼 아름다운
想念들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날
사랑은
산마루 너머에서
그리움에 망울진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1999.2.9)
浮 草
희망으로 피어나
슬픔으로 지는 것이
어디 꽃뿐이겠는가
이 세상 모든 사랑이
희망으로 맺어져
슬픔으로 지는 것을.
영원한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영원한 슬픔도 없는 것을
바람 부는 날에도
나무는 서 있고
구름 가려진 날에도
달은 뜨나니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1999. 3. 4)
목련 밑에서
눈(雪) 빛 素服으로
盛粧한 女人처럼
오랜 부끄러움 터트리며
눈부심으로 피어나
겨울 庭園의 靜寂을 깨뜨리는 당신,
당신은 누구입니까?
歲月의 나이테로
追憶은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角質처럼 굳어진 아름다운 瞬間들은
忘却의 江물 속으로 흘러가는데
어디선가, 언제부터인가
두꺼운 角質을 헤집으며
香氣로 다가서는 당신
도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99. 3. 17)
비오는 날
비오는 날이면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몸짓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나뭇잎들이
하늘보다 맑은 싱그러움으로
활기찬 일렁임을
알리고 싶습니다.
(‘99. 3. 15)
기 다 림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라 했던가
슬퍼서
목이 길어졌다 했는가?
비 내리는 가로등 불 빛 아래
긴 그림자 드리우며
목이 길어지고 싶어
기다리는 슬픈 짐승이여!
(1999. 4. 15)
聞慶 關門
白頭에서 거친 숨결 몰아 쉬며 달려와
잠시 머물며 숨결 고루는가
숨죽인 산줄기마다
靑綠 빛 치마폭이 한가롭다.
그 자락마다
太古의 傳說이 바람 따라 흩어져 오고.
낡은 미투리 벗어들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사발로 목 추기던
옛사람의 넋두리도 듣는다.
드나들던 높은 문설주에
패랭이 쓴 개나리 봇짐이 외롭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엔
구름만 일렁인다.
(1999. 4. 15)
네 그리운 날
네가 그리운 날은
눈송이처럼 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벚나무 오솔길을
걷고 싶다.
네가 그리운 날은
운애로 쌓인 먼 산을
빗줄기 사이로 바라보며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듣고 싶다.
네가, 네가 그리운 날은
시간의 굽이마다 쌓인 흔적을 찾아
내 마음에 촉수를 달고
어둠 속에서 나래를 펴는
한 마리 나비가 되고 싶다.
(1999.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