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렙 - 여행

나각산을 아시나요?

안국환 2010. 11. 3. 21:00

  며칠 동안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머리가 좀 아파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까운 산에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내를 재촉하여 집을 나선 것은 10시 반이 넘어서였다. 무작정 나선 터이라 핸들을 어느 방향으로 꺾어야 할지 막연하다.

  자, 어디를 갈까? 지금 시간으로 봐선 멀리 가기는 틀렸고,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니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주 남산이다. 그러나 남산은 수십 번도 더 갔는데 어디 다른 곳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상주 나각산이다. 몇 번이나 한번 가 봐야지하고 벼르기만 하던 산이다. 더구나 오늘처럼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거리도 가깝고 산도 그리 높지 않다니 딱 알맞은 곳이라 판단하고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천평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상주 쪽으로 달리다가 낙단대교를 지나자말자 옛날 길로 빠져나오면 59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문경, 예천 방향으로 방향을 잡아 조금 가다보면 왼쪽 산위에 팔각정이 보이는데 이 산이 바로 나각산이다. 구잠삼거리에서 문경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4대강 사업으로 낙단보 공사와 낙동강 바닥을 긁어내는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그 부근 빈 공간에 주차 시켜놓고 걸어가야 하는데 주차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그것이 흠이다. 나는 문경 방향의 59번 도로로 가지 않고 낙단대교와 연결되어 있는 강둑을 따라 올라 갔는데 차 한대가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길도 문제지만 산골짜기를 따라 지어진 대단위의 牛畜舍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기분을 상하게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산 입구에 겨우 도착한 것이 12시가 넘어서였다. 산길 초입부터 빨간 망개 열매가 반가이 맞아준다. 망개가 이렇게 큰 군집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것은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산림의 대부분이 리기다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가을이라 해도 아름다운 단풍은 볼 수는 없었지만 숲 길을 걷노라면 풍기는 솔향은 일품이다. 지금쯤 우리나라 어느 들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억새꽃이 내려 쪼이는 가을 햇실에 은빛 색으로 부서지며

 

                                           □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

 

 

                                □ 산 중턱 길섶에 설치해 놓은 운동시설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고, 산길을 한참 걷다보면 운동기구도 설치해 놓았다. 시설도 잘 해 놓았다. 길은 평탄하여 나이든 사람들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즈를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산길은 매우 상쾌하다.

   “산길(Mountain Road), 강길(River Road), 들길(Field Road)의 이니시얼로 이루어진 상주 MRF의 13개 코스 중 하나인 이곳 나각산 코스는 다른 코스와 달리 단독으로 떨어져 있다. 나각산 정상은 해발 240M로 정상이라 할 것도 없는 높이지만, 그러나 숫자가 전부 아니라고 나각산은 항변한다. 산 위에서 보는 낙동강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 멀리 바라보이는 나각산 전망대 데크

 

  나각산(螺角山·240m)은 경북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봉우리다. 이곳은 500km가 넘는 낙동강의 긴 줄기와 맞닿은 곳 가운데 유일하게 ‘낙동’이라는 이름을 지닌 면(面) 지역이다. 게다가 나각산이 있는 동네의 이름까지 낙동리다. 나각산은 산의 형상이 둥근 소라의 모양이고 정상에 뿔 같은 바위가 있다. □ 멀리 숲 사이로 보이는 전망대 □ 멀리서 바라본 구름다리 나각산은 산의 모양도 눈에 띄지만 지질 또한 독특하다. 이 지역 주변 산들이 대부분 비슷한데, 나각산 역시 옛날에 강이었던 지역이 융기해 산을 이룬 것이다. 산길 바닥은 물론 콘크리트를 버무린 듯한 모습의 바위에 박혀 있는 돌의 형태가 강돌처럼 둥글다. 산행 도중 줄곧 이런 돌들을 관찰할 수 있다.

 

                                         □   전망대 데크에서---뒤편으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보인다

 

 

                    

                                                                             □ 나각산 정상에서 본 구름다리

 

 

                                                    □  름다리에서

 

   

   요즈음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자기 지방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나각산도 상주시에서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잘 가꾸어 놓았다. 제주도 올레길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이 얼마 되지 않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각 지방마다 이런 코스들이 개발되어 공개되고 있다. 원래 올레길의 올레는 제주도 방언이다. 올레길과 비숫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는 둘레길이 있는데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이 그것이다. 우리 주변 가까이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높은 산만 산이 아니다. 자신의 연령과 체력에 맞추어 이런 올망졸망한 산을 선택하여 맑은 공기 마시며 걷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번 틈내어 가 보기를 적극 권한다. (2010.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