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무궁화 연가

안국환 2008. 8. 11. 08:44

무궁화꽃 연가



진딧물이 나의 수액을 탐닉하지만 않았어도
나를 정원에서 그렇게
쉽게 몰아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적어도
민족이 수난을 겪을 때
국민들 가슴에서 피어나던
나라꽃 국화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꽃송이가 작은 것도 아니고
꽃 색깔이 미운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지

한때 교과서 첫 페이지에서
활짝 피었고
관공서 유리 액자 안에서
빛나던 꽃
지금은 화려한 정원수 속에 이방인처럼
어쩌다 심겨진 나무입니다

사천만 국민의 가슴에서도
정원에서도 사라진
이름만 나라꽃인
나는 무궁화입니다


이임영 시집 ▶그거였네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