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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3일 오전 11:13

안국환 2019. 6. 23. 11:14


[벚꽃 기행]
  2014년 4월 6일올해는 벚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는 곳을 찾아보자는 집사람의 제안에 따라 오늘 아침에는 일찍 집을 나섰다. 금년에는 어찌된 일인지 꽃이 피는 것이 순서도 없고 질서도 없다. 흔히 이맘때면 남쪽 지방부터 시작하여 북쪽으로 번져 올라가는 개화지도(開花地圖)가 신문에 보도되고 꽃도 매화, 진달래, 목련, 벚꽃, 라일락, 이팝나무 등의 꽃이 차례로 피는 것이 상례인데 금년은 어찌된 일인지 전국이 동시 다발적으로 꽃이 핀다. 하동 쌍계사의 벚나무와 서울 윤중로의 벚나무가 동시에 꽃을 피우는가 하면 벚꽃이 아직 덜 폈는데 라일락꽃이 피어나 향기를 뽐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벚꽃 피는 계절이 되면 일반적으로 진해, 쌍계사, 대구 용연사, 경주 보문호, 합천 호반, 팔공산, 문경 진남교, 청풍호반을 차례로 찾는다. 그런데 금년에는 거의 동시에 사방에서 벚꽃 소식이 들려오니 상춘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문경을 첫 행선지로 선택했다. 문경시내에서 동로로 향하는 4Km 정도의 천변 길 양쪽에 늘어선 벚나무는 20년 안팎의 비교적 어린 상태라 꽃은 무성하지 않지만 꽃잎파리 하나 떨어지지 않은 완전 만개상태다. 이곳의 벚꽃 길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차를 돌려 찾아온 진남교반의 벚꽃도 빼놓을 수 없는 명품 벚꽃이다. 경북팔경에 속하는 이곳은 비록 도로확장으로 군데군데 이빨 빠진 것처럼 듬성듬성 하여 보기에 안쓰럽기는 했지만 100년이 넘은 오래된 벚나무라 피어난 꽃들은 가지가 처질 정도로 개체수도 많았지만 뭉게구름처럼 탐스러운 꽃송이들은 중량감마저 느껴진다. 다음은 호계를 거쳐 경천호를 지나 백두대간이 지나는 벌재를 넘어 선암계곡을 찾았다.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으로 연결되는 이 계곡은 우리나라의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계절 어느 때나 내가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봄에는 여러 가지 꽃, 여름에는 시원하게 흘러내려 가는 맑은 물과 녹음, 가을에는 오색단풍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 바로 여기다.
   여기도 벚꽃은 만개다. 우거진 숲 사이로 천천히 차를 밀어 넣으며 봄 풍경에 취한다. 오른쪽으로 도락산 등산로가 보인다. 암벽 사이로 흐르는 개울물이 햇살을 받아 비취색으로 반짝인다. 저 멀리 흰 눈 덮인 소백산이 마치 만년설산(萬年雪山)처럼 보인다. 선암계곡이 끝나고 들어선 장회나루터 가는 길에는 벚꽃이 80%정도 피었다. 월악산을 끼고 도는 송계계곡의 벚나무에는 아직 꽃망울이 감감하다. 아마 일주일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오후 3시가 넘었다. 오늘의 꽃 기행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겠다.

4월 8일
오늘은 합천 땜 벚꽃을 보기로 하고 10시쯤 출발했다. 합천 땜을 안고 벋어나간 도로 양 옆에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나무는 거리만으로도 30여 km에 달하고 나무도 보식으로 어린 것도 있지만 고목이 많아 봄마다 피워내는 꽃이 볼만하다. 특히 땜을 끼고 도는 벚꽃 길이라 풍광도 좋고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해서 무엇보다도 좋다.
합천 땜으로 가는 길 양 옆의 꽃잎이 떨어진 벚나무를 보고 시기를 놓친 것 같다는 우려가 적중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볼 만한 코스가 있어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을 보았다.
꽃비!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은 우리는 꽃비라 부른다.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꽃잎이 날리는 장면을 우리는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오후 3시 경. 마침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벚꽃 터널을 통과하게 되었을 때, 살랑 봄바람이 불어 왔나 보다.
아, 꽃비여!
마치 겨울의 함박눈처럼 수많은 꽃잎들이 일제히 나무에서 바람을 타고 사뿐히 내려와 공중을 비행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도를 낮추는 장면이 연출 되었다.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고 한참을 넋 잃은 사람처럼 내리는 꽃비에 빠졌다.
마침 사람도 지나가는 차도 없는 한적한 산속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나는 꽃비에 취한 취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