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통일신라시대의 문화복원을 꿈꾸며

안국환 2012. 7. 15. 19:15

 

  수 십 번을 다녀온 경주.

 

  그러나 경주에 대한 기억은 옛신라의 고도였다는 것과 보문단지, 박물관, 안압지와 괘릉 그리고 황룡사, 분황사지와 첨성대를 비롯한 고적지 몇 군데가 전부다. 오늘은 모처럼 경주를 찾았다가 넓은 빈 터에 밀식한 접시꽃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세워 꽃 구경을 하고 나서 모처럼 안압지에 들렀다. 전형적인 한국의 정원으로 가꾸어진 연못 주변의 잘 가꾸어진 수목들과 꽃들이 정자와 어울려 참으로 아름다웠다. 안압지 정자안에 비치한 옛 궁궐의 정교한 모형을 보다가 문득 작년에 가 본 적이 있는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를 떠 올렸다. 
  백제문화단지는 “잃어버린 왕국의 부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주, 부여, 논산, 익산을 중심으로 백제 왕국을 재현하는 사업이다. 우선 내가 찾은 부여만 하더라도 330만 라는 방대한 터에 6,903억을 쏟아부어 사비성, 왕궁, 능사, 위례성, 고분공원, 역사문화관 등을 건립했다. 물론 나름대로 충분한 고증을 거쳤겠지만 그러나 본인의 눈에는 과연 그러한 재현물들이 얼마나 역사적인 사실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지, 또 얼마나 충분한 고증을 거쳐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는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부터는 자기지방을 다른지방과 차별화하기 위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시장, 군수들이 자기 지방의 역사적인 사실이나 흔적을 발굴하여 보존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지만, 그러한 역사적인 사실이나 유적들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과대포장하는 경향이 많은 것은 다같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홍길동이나 춘향이, 이몽룡, 임꺽정과 같은 소설 속의 인물들까지 틀쳐내어 픽션을 팩트인냥 과대포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추세에 비하면 경주는 어떻한가? 곳곳에 역사적인 고증을 거친 유적들이 수없이 산재하고 있는데도 옛 통일신라시대의 왕궁을 복원한다거나 황룡사 옛 절을 다시 건축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첨성대만 해도 그렇다. 황량한 벌판에 몇그루 나무가 서있을 뿐 철책으로 둘러쌓여 누구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국보 31호 첨성대.  만약 이 첨성대가 다른지방에 있었어도 지금 이 모양이었을까?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경주시에서 8만1,000㎡의 황룡사 부지 중심부에 아파트 30층 규모인 80m 높이로 옛 신라시대의 전통방식으로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한다고 한다. 그것도 2035년에 가서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통일신라문화단지 조성 사업을 경주시에만 맡길것이 아니라 경상남·북도에서 아니면 중앙정부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백제문화단지는 비록 천문학적 예산을 퍼부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웅장한 모습으로 재현 되는데 왜 경상도는 이 모양인가?  건국이래 배출된 그 많은 이지방 출신의 대통령, 정부관료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무얼했는가?
이명박씨가 서울시장 재임중에 청계천을 재현하고 대통령 시절에는 4대강 사업을 이룩하여 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기록한 것처럼 통일신라 문화 단지를 복원할 일꾼은 과연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경상북도 도민이나 경주시민들이라도 들고 일어나야 한다. 도지사나 시장 선거때 옛 통일신라 문화 복원이라는 선거공약을 들고 나온 사람을 당선시켜서라도 이 사업을 빠른 시일내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넓은 빈터에는 접시꽃만 무성하게 피었다.

 

 

 안압지 연못에는 한가로이 잉어들만 노닐고---

 잔잔한 물결은 옛 통일신라시대를 그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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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지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