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 새긴 오백나한 상
오늘은 바로 그 박달재의 새로운 볼꺼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려한다.
얼마 전에 나는 박달재를 다녀 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6월 18일 이었다.
지난 4월 초파일 무렵에 최불암이 출연하는 한국인 밥상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박달재가 소개되었는데 그 내용에 바로 오늘 내가 소개하려는 오백나한 조각상이 나왔다.
주인공은 成覺스님.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던 중 성각스님이 나타나 소개를 받았다. 스님이 이곳에 정착한 것은 지금부터 13년 전, 1999년이었다고 한다. 우주만물의 생성과 순환은 그 근본이 음양의 균형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늘날 이렇게 사회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것은 음양의 균형이 깨어진 탓이라고 역설하면서 이 박달재를 정착의 터로 삼은 것은 박달이와 금봉이의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음양의 균형을 잡는 센터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다소 허황한 논리를 폈다.
좌우지간 스님은 13년 전부터 콘테이너에 거처하면서 이 일대를 조각공원으로 만들었다. 물론 주제는 박달이와 금봉이다.
이곳은 조각실이다. 숲 속에 세워진 수많은 박달이와 금봉이는 모두 이곳에서 탄생한 셈이다. 조각실 옆에는 속이 텅 빈 또 하나의 고사목이 스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더 말할 것 없고 설사 차에서 내려 둘러 보더라도 그냥 스쳐 지나갈 그런 곳에 오백나한 조각상은 있었다. 이렇게 비닐로 덮어 씌워 묶어 놓은 물건을 누가 관심있게 보겠는가? 아마 비에 젖지말라고 통나무 더미나 건축자재를 비닐로 덮어 씌워 놓았겠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천막을 걷고 들어가 보니 두 눈에서 불이 난다. 보라. 스님의 정성과 열정을! 앞으로 누구라도 박달재를 지나가게 되거든 길을 멈추고 한 번 살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