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어떤 유감

안국환 2010. 9. 13. 14:37

 약 한 달 전,

 집안에 대사가 있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친인척들과 친지들에게 청첩장을 보내었다. 그 뒤 며칠동안, 주소가 오래 된 탓도 있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사를 자주해서인지 주소불명이라는 붉은색 도장이 찍힌 반송 봉투가 하루에도 서너 통 씩 집으로 배달되었다.   

  한 보름이 지나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간단히 안부를 교환하고 난 뒤 집을 옮겼느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고 했더니 참 이상하다면서 축의금을 축하 카드에 넣어 보내었는데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주소를 어떻게 썼길레 그러냐고 물었더니 불러주는 주소에 동, 번지. 아파트명 동수까지 다 맞는데 호수가 빠졌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3동 ○○아파트 116동 802호 홍길동’에서 ‘802호’를 빠트린 것이다. 물론 우송 자가 수취인의 주소를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송되어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체신행정에 대한 서운함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여름에 자전거를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속의 독립가옥에 까지 가서 할머니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인정스런 우체부의 이야기가 이제는 정녕 옛날이야기가 되었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경상북도의 북부지방에 위치한 풍기라는 소도시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때 서울에서 보낸 ‘중앙선 풍기 역 홍길동’이라고 쓴 소포가 우리 집까지 배달된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풍기 역에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주소를 표기해도 어김없이 배달되었다. 우리 집은 풍기 역에서 2,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동부 2동인데도 말이다.

  물론 인구가 늘어나 집들이 많이 들어서고 사회 구조가 다양해지면서 복잡해 졌기 때문에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만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느 부서, 어느 직책에 근무하던지 간에 담당자는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지 그 지역을 전담하는 우체부가 있을 것이고 그 우체부는 몇 년을 근무하다 보면 대강 어느 아파트는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고 우체 함이 어디에 있다는 것쯤은 훤하게 알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은 입구가 두개뿐이어서 호수가 표시되지 않고 동만 표시 되어도 관리인에게 물어보면 수취인이 몇 층에 몇 호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는데도 주소불명이라는 도장을 찍어 미국까지 되돌려 보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그 우체부는 틀림없이 다른 우편물 때문에 우리 동까지 왔을 텐데도 말이다.

  앞으로 주소를 정확하게 기록하여 우체부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체부도 자기 업무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 또한 제고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2010.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