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남흥 방문기
추석 날 이른 아침,
석환형님 댁에서 아침을 먹고 종조카(그의 맏아들)가 핸들을 잡은 차는
석환형님, 기환이, 나 그리고 형님 의 두 아들과 두 손자 모두 일곱명을 태우고 안동을 향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추석 명절에는 삼천리 방방곡곡에서는 소위 추석귀향 전쟁이 벌어진다.
서울서 부산까지 4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하는 거리를 9시간 10시간이 걸리고
광주는 7시간, 대전은 4시간---.
22만제곱미터의 국토에 거미줄 같이 깔아놓은 고속도로망도
명절에는 어쩔수없이 꽁꽁 발이 묶여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비행기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도로를 따라 허리띠처럼 길게 늘어선 차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꼼지락거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차안에 온갖 기능을 갖춘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차안에서 드라마도 보고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하며 세월아 네월아 그렇게 고향을 간다.
밤새도록 기어가 추석날 새벽에 도착하여
차례에 참여, 성묘하고 10시되면 또 직장이 있는 곳으로 이번에는 상경 전쟁이 벌어진다.
이런 일은 해마다 되풀이 되지만
누구하나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
해마다 완공되는 고속도로의 총 연장 길이가 수백 킬로미터씩 늘어나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대답은 분명하다. 차가 너무 많다.
가구수보다 자동차 대수가 1.7배 더 많다는 통계도 있지만,
우리 아파트만 해도 남자들이 모두 출근하고 난 뒤 10시 경에도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하다.
현대, 기아, 삼성, 쌍용, 대우 등 --- 이게 모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아닌가?
거기에다 조상 대대로 면면이 이어져 오는 유교사상의 孝 정신이
자동차를 올라타고 고향을 찾게 만든다.
특히 대구에서 안동으로 가는 중앙고속도로나 구안도로는 항상 이맘때면 교통 체증을 일으킨다.
그쪽 방면으로 가는 차가 유별나게 많다는 말이다.
이것 역시 퇴계 이황선생이 일으킨 바람이 아니겠 는가?
각설하고
그래도 우리는 내가 그동안 터득한 특별교통도로망을 이용하여 2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는 우리 죽림공 지파가 세운 납골당 현장.
남 여 모두 100여명이 모여 절차에 의하여 엄숙하게 제례에 임하였다.
이 납골당에는 납골당 완성 이후에 졸하는 사람은 여기에 안치되며
그 전에 졸한 사람 은 위패만 모시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의 위패도 여기에 모셔져 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각 가정에서 지내던 추석 제례를
지금은 모두 이 납골당에 모여 함께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물론 돌아가며 유사(당번)를 정하여 추진하고 비용은 문 중에서 모아둔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전에 도산 서원에서 퇴계선생을 추모 하는 향사제가 있었는데
마침 11시에 제사를 지낸다 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가 보았지.
원래 향사제는 새벽1시에 지내는 것이 관례인데
시대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시간을 11시로 바꾸고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퇴계선생의 향사제처럼 거창하지는 않아도
일족이 모여 오손도손 조상을 추모 하며 제사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지난 이야기 또 앞으로 살이 갈 이 야기를 나누며
정을 돈독히 하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우리 민족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 에너지의 근원은 바로 이러한 정신문화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니라, 참으로 위대한 나라이다.
500년, 또는 1,000 년을 단위로 정권이 바뀌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는 없다.
중국 역사가 오래라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 정권이 200년을 지속 못한다.
한 세대에서 끝나는 나라가 허다하고 50년 100년을 못 버티는 정권이 수두록 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고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신라 천년, 고려 5백년, 조선 5백년이 아닌가?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룩하기까지
끈질긴 인내와 노력 은 모든 나라의 귀감이 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이 10년 세월을 허송해도 벋어가는 국력을 보라.
10년을 그렇게 허비했으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서부 유럽의 유수한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곤두박질 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전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 복지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한사람의 지체부자유아를 위하여
학교는 수 천만원을 투자하여
복도 난간에 손잡이 시설, 엘리베이터 설치, 도서관 설치, 계단출입구를 고치는 등 가히 장애아들의 천국이다.
생계가 어려운 생활 보호 대상자들에게 지원되는
학비, 학용품비, 급식비, 심지어는 학원비까지 보조하고 있는 나라다.
이 돈이 모두 어디서 나오는가?
영천 고모에게도 혜택이 돌아오지만
전국에는 노인요양보호시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으며
이들을 정부에서 모두 지원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전국의 국토는 하나의 정원처럼 정비되고 다듬어지고 있다.
고속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지방도나 국도의 길 옆에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국가에서는 월 80만원 정도의 급여를 지불하며 일을 시키고 있다.
깊은 산은 할 수 없지만 야산의 나무들을 모두 정지하고 풀을 깍아 공원처럼 다듬어 놓을 정도이니
얼 마나 잘 사는 나라인가?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정말 그렇다.
심지어는 노동조합의 상근직 노동자까지 정부에서 월급 주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어디 또 있는가?
그날 납골당에서 광양(순천) 형님 만났다.
올해 나이 78이라더라.
비교적 건강하고 광양에서 같이 살고 있는 효경이는 산업폐기물처리 사업을 맡아 성실하게 살아가고
늦게 본 딸 둘(초등학생, 중학생)이 있단다.
다음이 은주 인데 그 밑에 남매가 모두 취직하여 잘 살고
셋째 은경이는 딸 둘 모두 취직 하였고 남편도 잘 벌고 있단다.
효선이는 지금 안동고등학교 수학교사.
밑으 로 아들 둘을 두고 있지.
평소 나와는 연락이 없으나 추석날에는 납골당에서 상면하고 있다.
다음에 또 연락하마. 2009.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