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음악과에서의 창의성 교육

안국환 2010. 6. 10. 18:18

1. 들어가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시점에 국가마다 생존전략으로 대두된 화두는 창의성 배양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21세기에는 천재 한 사람이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리고, 창조적인 인재가 국가의 경영을 좌우 한다’며 ‘천재를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위화감 또는 평준화의 큰 물결에 밀려 시도도 해 보지 못한다. 하향 평준화를 방치하면 국가의 장래가 어둡다’고 말했다(동아일보, 2003. 7. 4)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누구나 동의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의성을 배양하느냐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의견이 분분해진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창의성 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교사는 오로지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 교육이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음악교육의 목적은 음악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악곡이 지닌 음악 미다. 학생들에게 악곡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그 활동을 통하여 음악미를 향수 하도록 하여 음악적 사고를 기르고 음악에 대한 자기의 느낌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음악교육에서의 창의성이다.

  여기서 음악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학교의 음악교육은 음악수업을 통하여 구현되고 수업은 지도교사에 의하여 실천된다. 음악 수업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문제는 음악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고민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교육과정 상의 음악교육 목표까지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악곡이 지닌 내면적인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매료당할 수 있도록,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길러 삶의 질을 높여 주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도 음악수업을 좀 더 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충분히 성립된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 교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음악교육 방법은 어떤 형태로든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것은 지금의 음악수업이 너무 지나치게 외형적(기능위주, 음악적 지식습득)이고 형식적이어서 이러한 방법으로는 학생들의 음악적 감성을 자극할 수 없고 따라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개념도 확장해 줄 수도 없다. 학생의 능력과 개인차를 고려하고 서로의 다른 느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음악학습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음악교육 학자들이 주장하는 통합학습 또는 개념중심 접근 등의 학습이론도 이런 근거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우리의 학습 환경도 많이 호전되었다. 학급당 인원의 과다, 좁은 교실 공간, 시청각교구의 부족 등은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음악수업의 저해요인으로 무슨 이유를 들 것인가? 그래서 본인은 과거의 음악수업 경험을 돌이켜보고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창의적인 음악수업을 이해서는 음악교육의 접근방법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음악교육의 내용이고 또 하나는 음악교육의 방법이다. 음악교육의 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는 문제는 전자에 속하고 학생들을 음악교육이 본질에 접근하는 문제는 후자에 속한다.

 

2. 창의적 음악교육을 위한 몇 가지 제언

  가. 재제별 시간 배정 문제

    지금까지 음악 수업은 교과서에 의한 제재중심의 접근 방법이었다. 교과서에 수록된 제재곡을 차례대로 지도하는 방법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각급 학교 교실에서 거의 정석으로 통해 왔다. 그 결과 수업방법은 획일화 되었고 수박 겉핥기식의 음악수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수업은 결국 초᠊중등학교를 졸업해도 다장조의 쉬운 악곡조차 보고 부르지 못하는 음악 문맹자를 양산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 본 자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음악수업의 획일화 탈피를 위해 노력해 보았으나 별무 효과였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거의 모든 교사들은 음악수업을 할 때 교과용 지도서에 의하여 연간 또는 주간지도 계획을 작성하여 지도하는데 모든 제재를 2-3차시로 배정하여 수업을 전개해 나간다. 따라서 한 도막 형식의 간단한 악곡도 2-3시간, 2부 또는 3부 합창곡도 2-3시간을 배정하여 지도한다면 이것처럼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이런 일이 수 십 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교과서에 수록된 24-26개의 악곡을 분석하여 제재별로 지도 시간 배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제재에 대한 시간배정의 단서는 바로 교육과정과 학생의 발달단계이다. 그래서 본 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학년별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가) 보고 부르기로 지도해야할 다장조(4학년), 바장조(5학년) 사장조(6학년) (나) 듣고 부르기로 지도해야 할 라, 내림 마장조 등을 구별하여 시간을 배정하고 학생의 인지적, 정서적, 심리적 발달 상태를 고려하여 가장 핵심적인 학습활동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돌림노래, 합창, 합주제재에 많은 시간을 배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24-26개의 악곡을 모두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재는 한 시간으로 끝낼 수도 있고 또 어떤 제재는 5시간 6시간을 투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냥 넘어가는 제재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핵심적인 내용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심도있게 학습을 전개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학습모형 적용에 대한 문제

    우리는 음악과 수업을 설계할 때 학습모형을 적용한다. 음악과 교사지도서에 소개되어 있는 학습의 단계 즉 ①감각적 감지 단계, ②기초기능 파악단계, ③표현방법의 탐색 단계, ④창조적 표현 단계, ⑤내면화 단계를 적용하여 지도안을 짜고 수업에 임하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이러한 단계를 철저히 잘 수행하면 성공적인 수업으로 평가받게 된다. 자,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어떤 제재를 3차시에 걸쳐 지도하도록 시간 계획을 세우고 각 차시마다 위의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 학습이 되겠는가? 실지로 교실에서는 이런 수업을 지금까지 해 왔다. 교실의 음악수업을 참관해 보면 어느 차시나 위의 다섯 단계로 짜여진 지도안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연구교사의 수업 조차도 그렇다. 이것은 잘못된 수업 모형 적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과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교과의 수업이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수업에 있어서 한 제재를 선택하여 지도할 때 학습모형의 적용은 차시에 관계없이 그 제재에 대하여 단계를 적용하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1차시에는 제재곡을 학습하기 이해 감각적 감지나 기초기능 파악에 힘쓰게 될 것이고 2차시에는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표현을 위해 다양한 학습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3차시에는 학습의 심화에 힘써 내면화의 단계에 접어들어 학생들은 음악학습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다. 단위 수업마다 초점을 두자.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학습내용의 재구성 문제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의 음악학습은 교과서에 수록된 학습제재를 순서대로 학습해 나가는 제재접근 방식이다. 하나의 학습제재에는 여러 가지 학습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학습내용을 지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내용을 어떤 경험과 관련지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지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학습지도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제재곡이 포함하고 있는 많은 학습 내용을 매시간 마다 모두 지도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모든 제재곡에는 리듬, 가락, 화성, 음색, 형식, 빠르기, 셈여림 등의 학습 내용이 있지만, 이것을 정해진 시간에 모두 다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습에 임하게 되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학습할 수 없다. 그냥 수박 겉핧기 식으로 훑어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음악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겠는가? 제재접근식의 음악수업은 나름대로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고해 봐야 할 점도 많다. 단위 시간에 학습해야 할 내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학습 내용을 정선하여 매 수업마다 초점을 두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적은 양을 깊이 있게 지도하자는 것이다. 이번 차시에는 리듬학습에 중점을 둔다든지, 이번 시간에는 앙상블 체감에 중점을 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매 수업마다 초점을 분명히 하여 깊이 있는 학습활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3. 맺는 말

   가. 음악교육의 중요성

     (1) El Sistema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Abreu·69) 박사가 1975년에 창안한 청소년 음악교육운동.

 베네수엘라에는 지금까지 전국 125개 지부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은 인구만 27만5000여명에 이른다. “오케스트라 음악교육은 길거리의 폭력과 마약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는 수단입니다. 소속감과 결속력을 키워주며, 악기 연습을 통해 최고가 되고 싶다는 의욕을 심어줍니다. 매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자기 시간을 안배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음악교육은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베네수엘라 청소년 음악교육 '엘 시스테마' 이끈 아브레우 박사) 오늘날 전 세계가 찬사를 던지고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천국(天國)'은 그의 상상력 덕분에 가능했다. 현재 한국 등 아시아를 순회 중인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 현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는 3기생들이다. 이 운동에 적극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 전 음악감독)는 유럽에도 이 운동을 벌일 생각을 갖고 있다. 아시아까지 참여해서 전 세계의 청년 지휘자와 솔리스트, 청소년 오케스트라들이 모두 동참하는 것이 내 꿈"이라고 했다.

    (2) 지라니 합창단

      아프리카 케냐 어린이 26명으로 이뤄진 '지라니 합창단'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근교 빈민촌 '고로고초' 출신이다. '고로고초'는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뜻이다. 마을을 둘러싼 쓰레기장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일년 내내 쓰레기를 태우는 역겨운 냄새와 검은 연기로 뒤덮인 이 마을에선 10만 명 넘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줍거나 일용직으로 목숨을 이어간다. 2006년 8월 출범한 합창단의 시작은 초라했다. 임 목사는 지휘자 김재창씨와 함께 양철로 지은 초라한 교회 창고를 빌려 연습실을 만들었다. "돈벌이도 안 되는 일에 왜 아이들을 끌고 가느냐"는 학부모들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곡절 끝에 지라니 합창단은 그해 12월 케냐 국립극장에서 창단 공연을 가졌고, 2007년 6월에는 케냐 대통령궁에서 정부 수립의 날 기념공연을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8 여름에는 미국 순회공연에 나서 30여 차례 무대에 섰다. 무엇보다 지라니 합창단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다. 쓰레기장을 배회하며 도둑질까지 했던 로런스(14)는 이제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다. 합창단 리더 격인 브렌다(15)는 "주변에 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장래 희망이 "의사"라고 말했다.

 

   나. 맺으며

     절차와 형식에 얽매인 표피적인 음악 수업이 아니라 음악학습 활동을 통하여 음악미를 체감하는 음악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음악수업에 대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에서 본 자가 제안한 내용은 실천하기에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연간 학습지도 계획을 수립할 때 제재별로 그 내용에 따라 학습시간 배정을 차별화 하고 학습모형의 적용을 매시간 마다 중복적으로 적용하던 학습지도 단계를 효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지도 시간의 누수를 막을 수 있고 차시마다 초점을 두어 다양한 학습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능률적인 음악학습 지도가 이루어지리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2010. 5)